부석사는 찾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부석사를 찾기 시작한지는 벌써 10년 가까이 되지만 올 때마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백두 대간을 늘 품안에 둘 듯 바라보는 부석사의 모습은 다른 여타의 지형처럼 자연에 병품처럼 둘러싸여 자연에 압도되는 느낌이 아니라, 사람살고 있는 인가와 가까이 그리고 자연과 멀리 떨어지지 않고서 그 자연을 정원처럼 안고 살고 있는 모습의 넉넉함을 찾을 수 있다. 자연과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부처님의 법이 있으며, 그 법은 또한 자연과 괴리되지 않음을 자연 깨닫게하는 도량이며, 장경이리라.
무량수전의 편액은 다른 곳 처럼 늘어져 직사각형을 이루지 않은 것부터 새롭다. 어떤 의미가 풀어져 있는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이곳을 지켜온 이 편액에서도 세월,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하는 한 대목이리라 여기니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다.
배흘림 기둥을 보고 있음, 넉넉함을 안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의 세계는 이렇게 늘 넉넉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배흘림 기둥이 늘어선 그곳에 사람을 맞이하게 내려 앉은 문지방과 문은 어설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흘림과 정말 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실용성을 아울러 사람에게 신앙을 불러일으키도록 구성된 작은 공간들이 찾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게 하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단청이 낡아 보이지 않는 중간중간 처마밑에 미쳐 벗겨지지 않은 단청의 잔적이 남아 있다. 그곳에 울리는 풍경소리는 나에게 뭘 또 남기는가? 무겁내려앉은 지붕과 그 지붕을 받치는 활주, 우리 조상들은 아름다움을 알았고, 그 아름다움을 실용으로 변화하여 갈 줄 아는 민족이었나 보다. 이렇게 하나 하나 나무를 배려하고 그 배려한 나무들은 한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니 말이다.